posted by mintry 2012.01.06 09:57
어렸을 때는 새해가 밝으면 (적어도) 1월 한 달 동안만은 뭔가 희망차고, 반짝반짝한 내일을 생각하며 설레는 기분이었는데요. 어째 나이가 먹을 수록 새해가 밝아도 그저 어제와 비스무리한 오늘일 뿐일까요?

하루하루 버티고 보자는 생각에 삶에 대한 태도가 너무 시니컬해진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며, 얼마 전에 읽은 책 이야기를 하나 풀어볼까 합니다. 읽다보니 바닥을 치던 의욕이 조금씩 살아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또 인사이트에서 발간하는 메이킹인사이트(MakingInsight) 시리즈와 관련이 깊은 책이기도 하네요.

바로 오라일리 미디어(O'Reilly Media, Inc.)의 DIY 잡지인 『MAKE[각주:1]의 편집장, 마크 프라우언펠더(Mark Frauenfelder)가 쓴 『내 손 사용법』(원서 : 『Made by Hand』)입니다. 책 표지에 그려진 귀여운 일러스트를 보세요.

(사진 출처 : http://banbi.tistory.com/97)

벌치기, 에스프레소 기계 개조, 텃밭 만들기, 기타 만들기, 닭 키우기 등등...DIY는 끝이 없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2001년에 터진 닷컴 거품 붕괴의 여파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였던 마크 프라우언펠더가 글을 기고하던 기술 잡지들이 줄줄이 폐간을 하게 됩니다. 그의 아내인 칼라 싱클레어(현재 『CRAFT』의 편집장)도 역시 글 쓰는 일을 하던 터라 막막해진 부부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기에 이르지요.

앞으로 포기하고 살아야 할 것들을 생각하다 보니 과연 우리가 이런 환경에서, 포장되어 팔리는 오락거리를 사고 테마파크의 놀이기구를 타고 쇼핑센터에서 기분전환을 하고 교통체증에 속수무책으로 갇히고 이메일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것보다 더 나은 삶이 있지 않을까? 더 나은 방식을 찾아나서야 할 때가 된 게 아닐까?
『내 손 사용법』 14쪽

그리하여 다음과 같이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기로 합니다.

1. 좀 더 주체적인 인생을 살자.
2. 도시 생활의 부조리한 무질서를 타파하고, 단순하고 솔직하고 명료한 방법을 모색하자.
3.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소통하자.

하지만, 말이 쉽지...요즘 세상에 마음 먹은대로 실천하기가 그렇게 쉽나요? 그래서 처음 계획인 '라로통가[각주:2]로 도망치다'에서부터 좌충우돌 해프닝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여행으로 방문할 때야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은 먀냥 평화로워보이는 지상낙원이겠죠. 하지만 도시에서 몇 십년을 유지해온 삶의 방식, 인간관계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금방 깨닫고 맙니다. 결국 아이 둘을 아내와 번갈아 돌보면서 글 쓰는 일을 병행하던 지은이는 '시간에 쫓기는 일상과 스트레스는 로스앤젤레스보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결코 덜하지도 않았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와서 『MAKE』의 편집장을 맡게 되면서 DIY 베테랑들을 만나고 그 영향을 받아 어설프지만 조금씩 DIY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책에는 이렇게 저자가 '좀 더 주체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답니다.

이 책 앞부분에는 추천의 말이 여러 개 실려 있는데요, 읽다가 실소를 머금게 한 추천글이 있어 소개해 봅니다. ^ ^

왜 삶의 통제권을 되찾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탁월하고 시의적절한 책이다. 이제 마크 프라우언펠더가 직접 팬 나무로 만든 종이에, 손으로 쓴 육필 원고 버전을 출간하기만 한다면...
-A. J. 제이콥스,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
『내 손 사용법』 7쪽

아~ 정말 재치꾸러기 추천사로군요. 나무 패기부터 시작하는 책 만들기라... 게다가 육필 원고라니!! 
여러 권 팔아보려면 편집자가 직접 필사본 노가다라도 뛰어야 할 판이네요.
출판사 사람이라도 엄두내기 힘든 DIY로군요. ^ ^;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에 내 손으로 무언가 만들어 쓴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단 재미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직접 만들면 조잡하고 미완성인 듯해도, 그 어딘가 모자란 듯한 부분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물론 직접 만든 음식이 맛없으면 쳐다보기도 싫을 때도 있지만요...-_-)
그래도 뭐랄까, 사랑스러운 느낌이랄까요? 세상에 하나뿐이라 정도 많이 들지요. ^ ^

새해에는 컴퓨터를 보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뭐라도 직접 만들어볼까 합니다. (노후에 시간 많을 때 놀거리도 많아지고... 치매도 예방되지 않을까요?!) 인사이트 블로그를 방문해주신 분들도 어릴 적 종이접기 시간 등을 추억하면서 DIY 세계에 입문해보길 적극 추천합니다~~

더불어 곧(정말 곧?) 새 MakingInsight 시리즈도 두 권이 연달아! 출간되니, 관심 가지고 지켜봐주세요. ^ ^



Make: Elcectronics



Prototyping Lab

지금까지 출간된 MakingInsight 시리즈





2012년 3월 16일 출간! MakingInsight 시리즈


  1. 『MAKE』의 한국판인 『MAKE: Korea』도 2011년 5월 9일 국내에서 창간하였습니다. (http://www.make.co.kr/) [본문으로]
  2. 라로통가는 쿡 제도에 속한, 남태평양의 외딴 섬이다. 양끝의 길이가 10km에도 채 못 미치며, 크기는 하와이 카우아이 섬의 약 1/5이다. 1994년에 라로통가에서 일주일을 지냈던 칼라와 나는 사람들의 느긋함과 울창한 열대우림, 그리고 천혜의 아름다움에 매료됐었다. - 『내 손 사용법』 15쪽 (반비출판사<http://banbi.tistory.com/>에 확인해 보니 번역서에 10미터라고 표기된 것은 원서에 탈자가 있었기 라고 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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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동인 2012.01.05 18:09 신고  Addr  Edit/Del  Reply

    맘에 드는 책이네요.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메이크 시리즈도 무지 기대됩니다.

  2. 레몬에이드 2012.01.06 10:09 신고  Addr  Edit/Del  Reply

    우쿨렐레 만들기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ㅁ+
    재밌는 책 일것 같습니다